[자립준비청년]자립준비청년의 주거와 의료 지원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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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의 주거와 의료 지원 사례

글 / 주신희 리커버리센터 운영실장

 




사람은 생애주기마다 보호 받아야 하거나 배워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채우기 쉽지 않습니다.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에 온 자립준비청년들 역시 비슷합니다. 


오늘 소개할 박지현(가명) 크루는 아버지와 함께 살아 보육원에 가지는 않았으나 30여년간 혼자 산 것이나 다름 없는 사람입니다. 어머니는 가정 불화로 일찍이 집을 나갔고, 아버지는 일용직으로 일했으나 가정에 무관심해 부모의 돌봄과 보호를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공동생활 입소시 기본적인 것은 챙겨올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는데, 가져올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얘기를 해서 스태프들이 충격을 받은 일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2021년 10월) 거의 라면으로 하루를 버티고, 고교 졸업 이후에는 집에서 나갈 일조차 없어 속옷 2벌과 긴팔 옷 1벌이 전부라는 이야기도 믿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사춘기나 20대와 같이 정체성이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시기를 함께 보낼 수 있는 사람은 주변에 한 명도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모든 일에 무감각해지는 것,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는 것, 몸이 아파도 돈을 아끼고자 병원을 가지 않는 것이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전부인 생활이 서른살이 넘도록 계속되었다고 합니다.


어쩌다 알게된 기회를 통해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와 연이 닿았습니다. 처음 입소할 때 그는 한눈에 보기에도 건강이 염려될 만큼 왜소했습니다. 공동생활을 시작한 후에는 규칙적인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체크하고, 체력을 키울 수 있도록 야구 훈련에도 참여시켰습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음식 중 처음 먹어본다거나 10여년만에 먹어본 음식이 있다는 말에 마음이 무너진 적도 있었습니다. 


몸이 약해 천천히 조금씩 움직임을 늘려갔으나 그의 몸은 이 작은 움직임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는지 무릎에 염증이 생겼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며칠만 참으면 괜찮아질 거라는 말에, 몸이 아플 때는 참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알려주어야 했습니다.아마도 자신을 위한 첫 지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도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상담을 하면 생활이 어려웠다는 건조한 이야기만 되풀이했고, 외롭고 불안하지 않았냐는 물음에는 잘 모르겠다는 표정만 지었습니다. 아마도 모든 것에 무감각하기로 선택한 결과이지 않을까 싶어, 더 세세히 확인하고자 협력 기관인 ‘예온정신건강의학과의원’ 에서 진료를 받고 있습니다. 


그날부터 그는 자신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는 이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알아가는 것, 그것이 자립 준비의 시작이자 기반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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