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MBC] "방 밖에도 안 나가"‥서울판 은둔형 외톨이 13만 명 (23.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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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집이나 방 안에만 틀어박혀서 밖으로 나오지 않고 고립과 은둔 속에 살아가는 청년들을 '은둔형 외톨이'라고 부르죠.

서울시가 처음으로 대규모 실태 조사를 벌였는데요.

전체의 4.5 퍼센트, 13만 명이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동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세탁기에 이불을 넣어 돌리고, 프라이팬에 소시지를 올려 볶음요리도 만듭니다.


조리사를 꿈꾸는 28살 김 모 씨의 일상입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 씨는 집은 물론 방의 바깥으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4년 전 질병으로 일을 그만둔 뒤 자신감을 잃고 '은둔형 외톨이'의 삶을 자처한 겁니다.


[김 모 씨 (28살)]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도 느끼고 해서 거의 방에서만 해버렸어요. (한 번에) 제일 오래 안 나간 기간이 한 2주 정도. 어떻게 해결하는 방법을 모르고 막막하다 보니까‥"


학교폭력으로 대인기피 후유증을 겪고 있고, 고질적인 경련 증세로 고통받았던 이동하 씨도 한때 6개월 넘게 집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동하 (21살)]

"너무 방 안에만 있으니까, 우울감이 너무 심해지더라고요. 이제 그때 제가 또 병원을 꾸준히 다니고 약을 먹었어야 하는데 그걸 못해서‥"


서울시 조사 결과, 고립과 은둔의 삶을 자처한 청년은 서울에서만 4.5%, 12만 9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직 또는 취업의 어려움' 때문이 45%로 가장 많았고, '심리적, 정신적 어려움'과 '대인관계 어려움'도 각각 40%에 달했습니다.


이들은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신체적 건강 상태에 대해 43.2%가 '나쁘다'고 답했는데, 일반 청년의 3배 수준이었고, 정신건강 관련 약을 먹고 있는 청년도 일반의 두 배가 넘는 18.5%에 달했습니다.


[김옥란/은둔·고립청년 지원센터장]

"운동 이런 것들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과도한 비만이라든지 아니면 너무 마른다든지, 이렇게 식습관이 불규칙하니까 수면도 불규칙하고‥"

이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건 '경제적 지원'이었는데, '취미·운동이나 일자리·공부 기회' 등 일상 회복에 대한 갈망도 컸습니다.


서울시는 3월 안에 고립·은둔 청년을 위한 마음건강 관련 시설을 운영하고, 단순 상담 이상의 지원 프로그램도 기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이동경입니다.


영상취재 : 손지윤 / 영상편집 : 이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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